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자작 시작
아날로그 신스를 만들어 보는 것은 나에게는 오랜 꿈과 같은 것이었다.
고등학교 다닐 적 부터 Kraftwerk나 Gary Newman, Tangerin Dream, Karl Schulze 같은 음악에 빠져 있었으니
당연한 일이었다. 대학교 때 실제로 시도를 했었는데, 결국은 부품을 구하는 단계에서 부터 포기하고 말았다.
그 시절에는 정말로 뭐가 없었다.
이제 디지털 세상이 되었는데,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들은 영원히 한물 간 것일까?
아닌 것 같다. 여전히 제품이 나오고 있고, 음악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사랑받는 악기인 듯하다.
웹을 뒤져보면 신스를 DIY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.
그중 Music From Out of Space라는 사이트가 있는데, 그 운영자 분이 진국 매니어라는 것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.
안타깝게도 그 분은 수년 전에 유명을 달리하셨는데, 사이트는 계속 오픈되어 있다.
직접 회로 설계까지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, 이런 종류의 아날로그 회로에는 까막 눈에 가까워서 그냥 배끼는게 현명할 것 같다.
http://musicfromouterspace.com/
이 사이트에는 수많은 자작 신스와 각종 장치들이 넘쳐 나는데, 그 중 가장 맘에 드는 것은 Sound lab Ultimate라는 신스이다. 이 사이트에서는 가장 하이엔드라 할 수 있다.

오랫동안 봐왔지만, 부품을 구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관에 군침만 흘리고 있었으나, 언젠가 대부분의 부품을 알리에서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.
그 사이에는 FPGA로 신스를 만드는 방법도 고려하기도 했었는데, 이래저래 시간만 가서 이번에는 그냥 만들기로 했다.
아날로그 신스는 여러가지 부분으로 구성이 되는데, 우선 가장 앞 단이라 할 수 있는 VCO부터 시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.
이런 종류의 아날로그 회로 제작은 아주 오랫만이어서, PCB로 바로 가면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것 같아 우선 브레드보드에 구성을 해보기로 했다.

문제는 조립 후 확인해 보니 먹통이었다는 것.
일단 MFOS의 트러블 슈팅 가이드를 보면서 하나하나 따져 봐야 했는데, 회로도를 보면 가장 앞단의 LF442 OPAMP는 일종의 믹서로 볼 수 있고, 첫번째 증폭기의 출력은 주파수 조정 가변저항의 변화에 따라 전압이 변화하는 반응을 보여야 한다.
가이드에 따르면 Coarse Frequency Adjust를 조정하면 LF442의 1번 핀의 출력전압이 194mV에서 -61mV 사이에서 변화해야 한다고 되어있다. 이 부분은 확인해보니 비슷한 값이 출력되고 있었다. 한편 LF442의 7번 핀은 -400mv에서 -1.84V사이에서 변화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, 이 부분이 가변 저항을 변경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.
결국 SSM2210이라는 듀얼 트랜지스터로 연결된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, 잘못 연결했나 하고 여러번 살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. 그러다 알게된 것은 바로 SSM2210이 전혀 동작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. SSM2210은 두 개의 트랜지스터를특성을 맞추기 위해 하나에 패키지에 넣은 것인데, 알리에서 구매했던 3 개가 모두가 불량품이었다.

IC 마킹이 아날로그 디바이스로 되어있는데, 진짜라고 생각되지는 않고, 그냥 카피품일 것이다. 사온 곳이 중국이라 드는 자연스러운 생각은, 불량이 아니라 아얘 가짜가 아닐까 하는 것. 어쨌든, MFOS에 보면 이 디바이스를 구할 수 없을 때에는 흔한 트랜지스터 2N3904를 병렬로 연결해서 쓸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연결해 보았다.
그러자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동작하기 시작했다. 아 뭐든 될 것 같다.
신스 자작의 시대가 열렸다.